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딱히 없다. 굳이 되짚어 보자면 시작할 당시 내가 팔로우하던 블로그가 있었는데, 그 블로거가 담담히 적어낸 일상이 나의 것과 꽤 비슷하다고 느꼈기 때문일 거다. 오늘 계정에 로그인을 해보니 그 블로거가 글을 올렸다. 덕분에 근 한 달 반을 잊고 살았던 내 블로그도 생각이 났다. 3월이 가기전에 하나라도 올려야지, 간만에 적는 글이 낯설다. 참고로 나는 영어 지문을 읽고 틀린 부분을 짚어내는 공장식 지문밖에 읽고 있지 않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미니 목표 : 방구 간식 주기
목표가 있는 삶이란 참 대단하다. 개인적으론 “목표를 가진다는 것”은 사회적인 틀을 벗어나 무엇이라도 해보는 것이라는 생각이 막연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사회가 부여한 나의 역할을 착실히 이행해 나가는 것, 다시 말해 보통의 삶이야 말로 요즘의 청년들이 이루어 내기 어려운 것이라는 걸 절절히 깨닫는 중이다. 고착화된 통념에 비해 시대가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도 하고. 여튼 그렇다. 좌우지간 그동안 목표 없이 책을 펴면서, 이 하루들이 참 권태롭다고 생각했다. 분명히 종이로 된 자격증을 따내니 성취감은 있는데 여전히 지루하고, 배우고 있지만 쓸모없는 지식이라고 느껴지고, 이에 대해 주변인과 이야기해보니 다 그렇다고 답하더라.
“…그래서 말인데 작은 목표라도 세워보려고”
“뭘로?”
“학교는 가고 싶은데 관심있는 학교도 없고 분야도 없고..”
“어”
“그래서 언니 후배나 되어볼까 해’
“아 진짜?”
“어 진짜”
너 공부 진짜 열심히 해야 해, 까지가 대길의 대답이다. 여러 정보를 줄줄 꾀고 있는 덕에 간단한 조언은 물론이다. 이런 류의 오지랖은 늘 반갑다. 욕심이 많은 나와 내 주변인들, 모두가 잘 되어가는 이 와중에 내가 마지막 타자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이들에게 받은 것 보다 더 많이 돌려줄 수 있길.
059. 겨울에 대해
벌써 가버림
청량한 여름도, 따스한 봄도 좋지만 제일 좋은 계절을 고르라면 나는 단연코 겨울을 고른다. 그 다음은 가을, 세번째는 여름, 마지막이 봄 정도가 되겠다.
성수역
날이 춥거나 바람이 차가운 건 딱 남들이 싫어하는 것만큼 싫다. 밖을 조금만 걸어도 코가 빨개져서 딸기코라고 놀림을 받기도 하고, 여름에도 차가운 손이 깨질 듯 얼어붙는 것도 부지기수 이기 때문에, 겨울이 멀어지는 것이 반갑느냐 물으면 또 그런 것도 아니다. 그저 창 끝까지 들이닥치던 한기가 북한산 너머로 물러가니 아쉬워서 그렇다. 어딘가 쓸쓸해 보이는 따끈한 햇볕도, 복잡한 머릿속을 맑게 해주는 찬 공기도 봄이면 사라지니까. 올 겨울을 요약하자면 지난 몇 년을 공부한 친구에게 좋은 소식이 들려왔고, 겨울의 고구마와 차가운 아메리카노는 유난히 맛있었다. 견주인 친구가 말하길 강아지들과 래경이가 살찌는 계절이라 할 정도로 말이다. 이정도면 충분히 행복했다. 다가오는 봄도 잘 보내야지. 환절기엔 이 계절을 보낼 생각에 약간 우울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