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백 여름을 알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가 있다. 한가지는 수업이 더이상 없다는 것, 그리고 또 다른 한가지는 내 카메라에 잡히는 색깔이 달라진다는 것. 어느새 한 달이 흘러 여름의 초입이다. 5월의 나는 공부를 했고, 바깥의 소식이나 행사는 거의 모르고 지나쳤을 정도로 공부를 꽤나 열심히 했고. 성적은 그에 비해 잘 나오고 있지 않지만, 늘 하는 말이지만 시간은 흐르고 사람은 변하고, 나도 그렇다. 그게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 말이다. 사람을 만나다 보면 자연스레 내 삶의 변곡점이나 내 과거에 대해 둘러보게 된다. 나의 최근이 그렇다. 달리 하는 일이 없으니 자꾸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고 나를 드러내고 나를 설명하고 나를 변호하고, 타인이 느끼기엔 내가 그들 자신을 변호하라 종용하는 사람일 수도 ..
봄이 길었다. 우리는 아웅다웅 23번 건물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고 때로는 많은 시험을 치르고, 대화를 했고 때론 꽃가루가 폴폴 날리는 산에 함께 가 음식을 나누어먹고, 서운해하고, 즐거워하고, 그리고 지금 우린 학기말에 다다랐으며 몽펠리에는 여름에 접어들고 있다. 시간은 벌써 4월의 중반에, 많은 것들이 그대로이며 많은 것들이 변했다. 이제와 느끼고 있는 건 나는 이제야 타인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 -같다의 어미를 붙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변화는 나 또한 뭐라 정의 내릴 수가 없는 모양이라, 그냥 내가 느끼기에 그렇게 보인다. 항상 말하건대 나는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게 쉽지 않았어서 아주 어릴 땐 조금은 겉돌았고 고등학생 땐 괴로웠으며(이제는 엠비티아이로 2퍼센트..
나는 딸. 새해를 맞이하며 부모님과 영상통화를 했다. 학기 중엔 백 그람짜리 큰 초콜릿을 단숨에 해치워도 허기지기에 나는 통화가 연결되길 기다리며 습관처럼 알루미늄 포장을 벗기며 통째로 깨물었다. "뭐 먹어?" "어 아빠" "초콜렛 같네 초콜릿" 엄마가 말했다. "초콜릿을 그렇게 먹어?" 아빠가 말했다. 응, 어차피 나 혼자 먹으니까. 나는 대답하며 옆 사람이 지나가서 가방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옮겼고, 엄마는 또. "어우 가방이 왜 이렇게 커?" "가방? 가방이 왜?" "우리 딸 몸통만 한데" "그냥 아이패드랑 물이랑 도시락이랑 필통이랑 색연필이랑 자, 수업자료, 간식, 충전기 정도밖에 없는데." 물론 바나나도 하나 있지만, 물론 헤드셋도 있지만.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니 다들 납작한 백팩이나 에코백을 ..
무제 ”있잖아, 우리 졸업하면 다신 못 볼수도 있는데…많이 놀아두자“ “좋아” “이따가 칵테일 마시러 가게 나와” 기말고사 직후의 우리. 걔는 독일에 갈거고 나는…아직 모르겠지만 무제2 기말고사가 길었다. 시험은 세 개 뿐이었는데 그냥 길었다. 우리과는 정말이지 특이한게 학사일정을 본인들이 마구 결정해도 되는 줄 아는 것 같다. 우리는 타과에 비해 5일 정도 늦게 종강했고, 학사일정에 따르면 2주의 크리스마스 방학, 그리고 2주의 기말고사 기간을 가져야했는데, 우리는 기말고사 기간의 1주 차에 몇몇의 2학기 수업을 개강했고 2주차에 남은 1학기 과목의 기말고사를 치뤘는데, 기말고사를 코 앞에 두고 듣는 수업은 정말 상상 이상의 압박을 준다. 아니 상상도 못했고 겪으리라 생각도 하지 못한 일정이다. “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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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05. 2024
방백 여름을 알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가 있다. 한가지는 수업이 더이상 없다는 것, 그리고 또 다른 한가지는 내 카메라에 잡히는 색깔이 달라진다는 것. 어느새 한 달이 흘러 여름의 초입이다. 5월의 나는 공부를 했고, 바깥의 소식이나 행사는 거의 모르고 지나쳤을 정도로 공부를 꽤나 열심히 했고. 성적은 그에 비해 잘 나오고 있지 않지만, 늘 하는 말이지만 시간은 흐르고 사람은 변하고, 나도 그렇다. 그게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 말이다. 사람을 만나다 보면 자연스레 내 삶의 변곡점이나 내 과거에 대해 둘러보게 된다. 나의 최근이 그렇다. 달리 하는 일이 없으니 자꾸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고 나를 드러내고 나를 설명하고 나를 변호하고, 타인이 느끼기엔 내가 그들 자신을 변호하라 종용하는 사람일 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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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avril, 2024
봄이 길었다. 우리는 아웅다웅 23번 건물에서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고 때로는 많은 시험을 치르고, 대화를 했고 때론 꽃가루가 폴폴 날리는 산에 함께 가 음식을 나누어먹고, 서운해하고, 즐거워하고, 그리고 지금 우린 학기말에 다다랐으며 몽펠리에는 여름에 접어들고 있다. 시간은 벌써 4월의 중반에, 많은 것들이 그대로이며 많은 것들이 변했다. 이제와 느끼고 있는 건 나는 이제야 타인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 -같다의 어미를 붙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변화는 나 또한 뭐라 정의 내릴 수가 없는 모양이라, 그냥 내가 느끼기에 그렇게 보인다. 항상 말하건대 나는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게 쉽지 않았어서 아주 어릴 땐 조금은 겉돌았고 고등학생 땐 괴로웠으며(이제는 엠비티아이로 2퍼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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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fev, 2024
나는 딸. 새해를 맞이하며 부모님과 영상통화를 했다. 학기 중엔 백 그람짜리 큰 초콜릿을 단숨에 해치워도 허기지기에 나는 통화가 연결되길 기다리며 습관처럼 알루미늄 포장을 벗기며 통째로 깨물었다. "뭐 먹어?" "어 아빠" "초콜렛 같네 초콜릿" 엄마가 말했다. "초콜릿을 그렇게 먹어?" 아빠가 말했다. 응, 어차피 나 혼자 먹으니까. 나는 대답하며 옆 사람이 지나가서 가방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옮겼고, 엄마는 또. "어우 가방이 왜 이렇게 커?" "가방? 가방이 왜?" "우리 딸 몸통만 한데" "그냥 아이패드랑 물이랑 도시락이랑 필통이랑 색연필이랑 자, 수업자료, 간식, 충전기 정도밖에 없는데." 물론 바나나도 하나 있지만, 물론 헤드셋도 있지만.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니 다들 납작한 백팩이나 에코백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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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jan, 2024
무제 ”있잖아, 우리 졸업하면 다신 못 볼수도 있는데…많이 놀아두자“ “좋아” “이따가 칵테일 마시러 가게 나와” 기말고사 직후의 우리. 걔는 독일에 갈거고 나는…아직 모르겠지만 무제2 기말고사가 길었다. 시험은 세 개 뿐이었는데 그냥 길었다. 우리과는 정말이지 특이한게 학사일정을 본인들이 마구 결정해도 되는 줄 아는 것 같다. 우리는 타과에 비해 5일 정도 늦게 종강했고, 학사일정에 따르면 2주의 크리스마스 방학, 그리고 2주의 기말고사 기간을 가져야했는데, 우리는 기말고사 기간의 1주 차에 몇몇의 2학기 수업을 개강했고 2주차에 남은 1학기 과목의 기말고사를 치뤘는데, 기말고사를 코 앞에 두고 듣는 수업은 정말 상상 이상의 압박을 준다. 아니 상상도 못했고 겪으리라 생각도 하지 못한 일정이다. “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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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dec, 2023
여행기 왜 ios키보드는 한/영을 바꿀 때 caps rock을 눌러야 할까, 오래간만에 타자를 치려니 어색하다. 12월의 끝자락, 3학기를 마친 지 일주일이 되었고 나는 어느 겨울처럼 여행을 다녀왔다. 이번 행선지는 독일, 독일의 수도 베를린, 재미없다는 이유로 유명한 도시 베를린. 그곳에 내가 있었다. 베를린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냐, 나는 다가오는 연말에 압박을 느끼고 있었다. 생일과 성탄절, 새해를 함께 겪어야 하는 사실은 나를 외롭게 하게 된 지 오래다.) 이번 학기의 수학수업은 정말이지 학기 전체를 통틀어 가장 지루한 수업이었고, 그날은 나디아도 수업엘 오지 않아서 나는 늘 그렇듯 손바닥만 한 화면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공기도 분위기도 답답하기만 했던 학기의 가운데서 나는 어디든 떠나야겠다고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