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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8. 현실 대신 낭만을
사실 작년 여름 한국에 다시 들어오면서 나는 다신 해외로 나가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힘든 일 없이 힘들었고 외롭지 않으면서 이상하게 외로웠던 경험 때문이었다. 더이상 견딜 수 없었고 그곳에서 버틸 이유도 없었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왔을 뿐인데. 다시 나갈 생각을 하니 하루하루 머릿속이 어수선하다.여름은 자가격리네 뭐네 그렇게 흘려보내고. 가을 즈음엔 속이 말이 아니었다. 내가 멈춰있다고 시간도 나를 기다려 주는 것이 아닌지라, 계절이 바뀌면서 달라진 계절에 나는 시간의 흐름을 체감한 것 일지도 모르겠다. 이젠 뭘 해야 하지. 나는 일을 하고 싶었고,당시 나에게 진입장벽이 가장 낮은 승무원을 선택하고 싶었다. 언제 공고가 다시 뜰지 확신은 없지만 학력 이수는 해야 하지.또 기약 없는 기다림이 있다는 사실에 속은 답답하지만 하고. 그 때의 나를 버티게 했던 것은 나와 닮은 삶을 살아가는 어떤 한 작가와, 언젠가 읽었던 인터뷰 단락이었다.
‘언제든 훌쩍 떠날 준비가 되어 있었어요. 그런데 얘를 만나고 몸도 마음도 서울에 달라붙어버렸죠’
언제든 다른 지역으로 다른 나라로 떠날 준비가 되어있던 사람이 자신의 고양이를 만나고 서울에 정착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결론은 어떤 한가지 조건이 나의 심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지금 보니 정착했다는 이야긴데 왜 감명받았는지 싶은 문장이지만, 나는 지난 일 년 동안 그것을 찾아 헤맨 것이 아닌가 싶다. 방황하는 이십대에 대한 이야기가 꽤나 인상 깊었고 어쨌든 현재에 확신이 있으니 저렇게 남에게 본인 이야기도 할 수 있는 것이겠지 싶어서 말이다.
며칠 전엔 얼마전엔 카타르 항공의 공고가 올라왔다. 팬데믹 선언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다. 나는 친구의 집에 가는 버스에서 그 기사를 읽었다. 우리는 오늘 자축 파티를 하기로 했다. 그렇게 가기 싫었던 대학원을 가고 나는 기어코 대학을 가네. 슬슬 실감나기 시작한 이 기분을 즐기기로 했다.
079. 그날의 대화
“각자 잘 살자'
“쉽게 가자”
“성공하자”
“코로나는 좀;”
어쨌든 우린 엄청나게 잘 될 예정이다. 각자의 길에서. 각자의 방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