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곳에 넘어온지 한 달이 되어간다. 공부는 해야하는데 손에 잡히진 않고 너무 블로그를 방치하는 것도 아닌듯 해서 노트북을 폈다. 오늘은 일요일이고, 내일 월요일로써 도착한지 27일, 개강은 4주차에 접어든다. 한 달 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일이 있었다. 타지에 정착하는 누군들 그렇지 않겠느냐만,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일상을 꾸린다는 게 매번 하면서도 참 못할 짓이다 싶으면서, 차곡히 살림살이를 채워내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또 이렇게 살아지는 건가.
이 도시의 빛은 아주 강렬하고 화려하다. 첫 날은 기숙사에 짐을 풀고 서둘러 나갔던 코메디 광장과 남부 특유의 주황색 지붕까지, 내가 거쳤던 파리와 서울에 비하면 분명히 소소한 규모였지만 그 공간을 가득 채우는 생기에 이 곳에서 잘 지내보리라 하는 다짐을 했었다.(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그 곳에서 나는 친절한 이웃, B를 만났다. B는 한국에서부터 연락하던 학생으로, 나보다 일주일 먼저 도착했다고 했다.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보고, B를 만나고, 처음 만나는 사이였지만 마치 구면인것 처럼 대화를 나누고, 같은 기숙사에 살기에 함께 돌아와보니 얇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옆집 이웃이었기에 우리는 그대로 함께 끼니를 챙기는 사이가 되었다. 기가막힌 우연이다.
그리고 학교. 4년만에 돌아온 학업에 이야기해 보자면. 솔직히 말하자면, 확실히 녹록치는 않다. 어학연수를 할 당시 주변에서 말하길 어학할 때가 좋다며 입학을 하게되면 시간도 없다며 이야기 하던게 이제야 납득이 간다. 그땐 정규과정을 거치는 멋있는 언니들의 조언인 줄만 알았는데, 내가 직접 겪어보니 정말 그렇다. 그래도 이게 유학이니까. 나는 유학생이니까 언어가 부족한건 당연하다. 더 열심히 해보자 하며 다니는 중이다. 혹여나 다가오는 사람을 놓치지 않도록 준비된 자세로 말이다.
083. 대화
"래경, 그거 한국어로 oui라는 뜻이야?" "뭐?" "응, 응. 하는거" "아, 응" "그렇구나" "미안 이거 버릇이라" "괜찮아 내가 익숙해지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