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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월 16일
    일상 2022. 1. 17. 07:26

     

     

    087. 2022

     

    스물여섯 살이 되었다. 살면서 스물 여섯 살은 처음 해본다. 얼마전엔 고등학교 때 친구와 연락을 했다. 서로 인스타그램을 보기만 하고 달리 만난 적은 없는 그런 친구. 고등학생의 나는 사실 현재와 끊겨 있기에 정말이지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시절이다. 사실 지난 일 년을 한국에서 지내며 느낀 나의 문제점들이 많았는데, 이번에도 역시 그것을 관통하는 문제가 있었다.

    사람의 얼굴을 잘 알아보지 못하는 것. 그리고 사소한 것들은 모조리 까먹어서 내가 겪은 일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깊은 이야기도 아니고 그냥 지나가는 이야기였는데도 그랬다. 하루는 친구가 곱게 포장된 토끼인형 사진을 보내서 귀엽다고 칭찬을 했고 애매한 친구의 반응에 의아해했다. 몇 번을 캐물어 보니 내가 유학을 나오기 전 선물한 것이라고 한다. 하여튼 나는 그 밤 나의 학창시절을 곱씹으며 어릴 때 읽은 소설을 떠올렸다. 이십 대 중후반의 주인공이 이유도 모른 채 복수를 당하는 스릴러였다. 범인이 주는 힌트를 따라 몇 번이고 과거를 생각하고 나중엔 그 기억을 떠올리며 실마리를 찾아가는 이야기였고, 멍청한 주인공을 욕하며 페이지를 넘기던 나는 어느새 그에게 공감을 하는 스물여섯이 되었다. 벌써 십년 전인데 어쩔 수 없지 않나. 남들도 다 그럴 것이라 생각하며 말이다. 소설속의 주인공도, 그 소설을 쓴 작가도 어느 계기가 있었겠지 싶다. 마치 나처럼. 그리고 나와 같은 시간의 흐름을 느끼고 있는 다른 이들처럼 말이다. 우리는 그 공백을 다시 채워갈 것이라는 것을 확신한다. 그리고 꼭 그 친구에게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088. 대화

    globes

     학기 중에 연락하던 친구 중 루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과거에 한국에 살기도 했었고 한국 문화에 매료되어 나에게 다가왔으며 나도 한국을 사랑하는 한국인이기에 우리는 쉽게 친구가 되었다. 루이는 어쨌던 타지인인 나에게 친절했으며 대화도 통하는 점이 참 많았는데, 대화를 하다보니 흥미로운 점이 있었다. 나는 첫 해외 생활이 호주였고 루이에겐 (여러가지 이야기를 제외하고) 처음으로 새로운 문화권에 살아본 곳이 한국이었는데, 우리는 각자 처음 해외에 발을 딛었던 그 대륙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나는 둘이 모여 앉아 각자 가고 싶은 곳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던 그 상황이 너무 재밌었고 타지에서 지내다 프랑스로 넘어온 이들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이거다. 우린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가 아닐까. 기억하는 선에서의 첫 경험은 강렬하고 그곳에서 불어온 바람이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다고, 그게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 말이다. 어디에 있던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썩 유쾌하다고 느끼지 않는데, 공감할 수 있는 친구가 존재에 반가웠다. 그리고 루이 또한 이 결론에 깊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떠돌이들의 대화다.

     

     

    089. 한 해 마무리

     

    우리 시험 일정이 어떻게 되지?”

    “14일부터

    새해 잘 보내

    새해 잘 보내

    파이팅

     

    기말고사를 앞뒀던 우리는 이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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